Iron Maiden 공연 후기 – 그들의 정기를 받다.

2011년 3월 10일.
고등학교 시절 첫미팅 하던 날 이후로 이렇게 마음 설레는 날은 처음인것 같다.
예전부터 아이언 메이든 형님들 공연을 보면 죽어도 원이 없겠다고 기다려왔는데 정말 이런 날이 올줄 몰랐다.
아이언 메이든 골수 팬들은 10대나 20대 부터 그들의 음악을 들어왔을 것이고 현재 나와 비슷한 30대나 40대가 되었을 것이니 마음만은 메탈키드이고 싶은 철부지 아지씨들이 많을 것이라 믿는다^^

지방에 사는 나로써는 서울에 공연보러 가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비용측면에서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교통비나 기타 잡비가 공연비만큼 나오거나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아이언 메이든 공연은 티켓비가 설령 50만원이나 하더라도 무조건 공연을 보러 간다는 필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식 공연 시간은 10시부터이지만 오프닝 공연을 감안하면 적어도 6시~7시까지는 공연장에 가야된다는 계산이 섰다. 그러나 실제로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남은 티켓이 한달전 까지 1000석 넘게 유지해오다 최근 며칠사이에 300석 정도로 줄어 들었으니 외국공연과 같이 엄청난 수의 관람객은 기대하지 않았다. 공연시간도 비교적 팬들이 많은 직장인이 오기에는 부담되는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미리 온 순서대로 줄서 있다가 공연시간이 다 되어 가니까 공연 관계자들이 나와서 번호대로 다시 정렬하라고 말했다. 앞뒤로 번호를 물어서 다시 정렬하는 소정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바닥에 10~20단위로 번호를 붙여놓으면 관리인들이나 관람객들이 서로 편리할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공연에 흠뻑 빠져보고자 사진을 안찍으려고 했지만 나중에 후기라도 남기려고 중간에 몇컷을 찍어봤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하나도 없다. 스탠딩 공연이라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밀리고 나 자신도 흥분상태인지라…


Bruce Dickinson의 아들 Austin Dickinson이 이끄는 Rise to Remain밴드의 공연으로 오프닝 공연이 시작되었다. 역시 Bruce를 많이 닮았으며 어린 나이지만 열성적으로 연주했으며 사람들의 호응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하드코어류의 음악을 하는 듯했다. 아버지를 잘둔 덕택에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Steve Harris는 자기 딸을 오프닝 무대로 내 세우기도 했으니 참 멋진 부자, 부녀가 아닐 수 없다.
솔직히 거의 4시간을 서 있다보니 다리가 후달리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오프닝 무대는 생략해주었으면 바램도 있었다. 게다가 하드코어류 음악은 별로 내 취향이 아닌지라 다소 지겹기도 했다는…

다른 구경꾼들도 지치긴 마찬가지. 모두 메이든~ 메이든~을 외치며 어서 나와주기를 바랬다.


드디어 공연 첫곡인 ‘Satellite 15… The Final Frontier’으로 포문을 열었다.
솔직히 처음에 Final Frontier World Tour의 Setlist를 보았을 때 별로 내키지 않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Phantom of the Opera’, ‘WrathChild’, ‘Flight of Icarus’ 같은 곡들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예습차원에서 세트리스트를 반복 청취하다보니 Final Frontier도 상당히 매력적인 앨범임을 알게되었다.
주제넘게 평을 하자면 Iron Maiden의 곡 답게 기승전결의 구조와 비교적 심오한 가사내용, 진보적인 하모니가 장점이다.
이곡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El Dorado’ 또한 훌륭하다.


공연내내 Bruce Dickinson은 특유의 제스츄어를 취하면서 무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목이 찢어져라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이 확실하다. 멤버 모두 50대를 훌쩍 넘긴 나이인데 이정도면 예전의 젊었을 때와 다르게 차분하게 공연할만 하지만 젊었을 때와 비슷하게 열정적으로 공연했다. 저러다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다.
80년대 부터 지금까지 21회의 투어가 있었는데 공식적인 횟수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공연횟수를 계산해보니 2000회 정도 된다. 2년마다 전용기 Ed force one을 타고 전세계를 누비면서 투어가 있는 해는 2~3일에 한번씩 공연을 한 셈인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Bruce는 원년 멤버는 아니고 한번 탈퇴했다가 합류하기도 했지만 왠지 Iron Maiden의 보컬을 위해 태어난 것같이 느껴진다. 오른쪽에 베이스를 치고있는 사람이 밴드를 창설한 Steve Harris. 오른팔 전체에 문신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씨 좋은 아저씨 인상이다. 오른쪽이 트리플 기타 중의 한명인 Adrian Smith. 거의 움직임 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혼자 심취한듯 연주했다. 개인적으로 드러머인 Nicko McBrain을 제일 좋아한다. 헤비메탈계의 대표적인 추남으로 꼽힐만 하지만 드럼을 칠때 표정을 보면 뭔가에 심취한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표정이 너무 좋다. 어떤 인터뷰에서 Nicko는 왜 항상 드럼 아래에 보이지 않게 앉아 있냐고 물었더니 못생긴 얼굴을 가리기위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드럼스틱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Iron Maiden의 특징인 트리플 기타 연주모습. 가운데가 Dave Murray이다. Steve Harris와 같은 원년 멤버이며 이웃집 아저씨 같은 훈훈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다른 멤버와 어울리지 않게 복고풍 분위기의 청바지와 청자켓을 입었다^^ 왼쪽이 Janick Gers. 사진으로 봐도 알겠지만 트리플 기타 중 가장 멋진 포퍼먼스를 보여주었다. 기타 돌리기, 기타를 다리사이에 끼고 치기, 등등…


‘The Trooper’ 연주 모습. 다른 공연과 같이 Bruce가 군복을 입고 영국국기인 유니온잭을 휘날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의 모습을 상상하게끔 하는 멋진 곡이다.

‘Fear of Dark’이 나오자 열광의 분위기는 절정으로 달했다. 나도 또한 덩달아 합창도 하고 점프하면서 이 분위기에 압도되어 피곤한 몸이 갑자기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공연 막바지에는 Iron Maiden의 마스코트인 Eddy가 출현해서 공연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예전에 동영상으로 봤을때는 어설프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에서 불빛이 나오고 질감도 꽤 섬세하다.

역시 스탠딩공연은 앞쪽에서 봐야 제맛이다. 공연 후반에 욕먹으면서 중간쯤으로 이동해 봤는데 사람들이 호응이 시큰둥해서 흥이 나지 않았다. 덩치 큰 외국인들이 스테이지 다이빙을 자꾸 해서 힘들었지만 돈이 아깝지 않으려면 관람은 앞쪽에서 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다음부터는 왠만해선 스탠딩 공연은 무리일듯 하다.

영어실력이 짧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서울에 처음으로 공연을 와서 기쁘게 생각한다….. 다음에 올때는 친구 한명씩을 데리고 오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레전드급 밴드가 왔는데 2000명 남짓한 사람만 몰렸으니 조금 실망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원래 아이돌 위주의 편협한 음악 시장을 가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글즈, 산타나 공연에대한 홍보에는 적극적이지만 Iron Maiden형님들을 투명인간 취급해 버리니 헤비메탈류의 음악을 얼마나 천시하는지 알만하다.

이제 언제올지 모르는 아니 이제 한국에 다시 올지 알 수 없는 Iron Maiden공연을 봐서 내인생의 소원이 하나 성취되었다. 당분간 공연한 곡들을 계속 들으며 그날의 분위기를 되새김하면서 지내고 싶다.

거물급 스타의 공연을 취급하는 액세스 관계자들이 고맙긴 하지만 좀 더 선진화된 공연문화를 주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이 끝나자 몸은 땀으로 절고 공기빠진 풍선처럼 흐느적 거렸지만 같이 동행한 음악 친구가 있어서 외로움과 피곤함이 덜하다. 둘다 평생을 같이할 수 있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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